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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ENA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15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과 멈춰버린 꿈을 함께 꺼내보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황인엽이 연기하는 우수빈은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영화감독으로 자신의 꿈을 이룬 뒤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그가 다시 찾는 사람은 15년 전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약속했던 첫사랑 주이재입니다.

이혜리가 연기하는 주이재는 그 시절 품었던 영화의 꿈을 접어둔 채 생계형 리포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때 같은 곳을 바라봤던 두 사람이지만 15년이 흐른 뒤 한 사람은 꿈을 이뤘고, 다른 한 사람은 현실을 살아내느라 꿈을 내려놓았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재회보다 꿈을 이룬 사람과 꿈을 포기한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설정이 더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수빈에게 영화는 현실이 되었지만 이재에게 영화는 오래전에 접어둔 과거가 되었습니다.

같은 꿈을 꾸었던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둘 사이에는 사랑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리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수빈의 귀국은 이재에게 단순히 첫사랑이 돌아온 사건만은 아닙니다.

수빈을 보는 순간 이재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뿐 아니라 한때 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까지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저는 이 점이 흔한 첫사랑 재회 로맨스와 그대에게 드림을 다르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재회 로맨스에서는 아직도 서로 사랑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하나가 더 붙습니다.

그때 함께 꾸었던 꿈은 지금도 유효한가.

두 사람이 함께 완성하지 못했던 영화도 단순한 추억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수빈에게는 다시 이어가고 싶은 약속일 수 있지만, 이재에게는 자신이 포기하고 살아온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재가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은 수빈과의 사랑보다 자신의 꿈이 먼저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보면 15년 전 완성하지 못한 영화는 두 사람의 첫사랑뿐 아니라 멈춰버린 이재의 시간을 상징하는 장치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두 사람이 다시 사랑하게 되는지만큼이나 이재가 수빈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는지가 궁금합니다.

첫사랑의 귀환이 잊고 있던 꿈까지 깨운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재회 로맨스이면서 동시에 다시 자기 삶을 바라보는 성장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첫사랑

15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이라는 설정은 분명 설렙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더 이상 열아홉 살의 수빈과 이재가 아닙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15년을 살아왔고, 그동안 수많은 경험을 하며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감정은 남아 있을 수 있어도 과거의 두 사람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가 던지는 더 흥미로운 질문이 첫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보다 그때 사랑했던 사람을 지금의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억 속 수빈과 지금의 수빈은 같지 않습니다.

수빈이 기억하고 있는 이재 역시 지금의 이재와는 다릅니다.

첫사랑이라는 기억이 아름다운 만큼 오히려 현재의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함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면 우리가 그리워했던 것이 정말 그 사람인지, 아니면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절의 나 자신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이 재회 로맨스가 가진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만났다는 사실보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사람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빈과 이재가 과거의 사랑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15년 동안 달라진 서로를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충분히 그려진다면 이야기는 훨씬 깊어질 수 있습니다.

영화라는 소재도 이 관계와 잘 어울립니다.

영화는 지나간 순간을 화면 안에 남겨둘 수 있지만 사람은 계속 변합니다.

15년 전 두 사람이 만들고 싶었던 영화는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지 몰라도 그 영화를 꿈꾸던 두 사람은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결국 첫사랑과 재회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달라진 두 사람이 현재에서 다시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저는 그대에게 드림이 그 차이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꾸는 꿈

그대에게 드림에서 제가 더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사랑보다 이재가 자신의 꿈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입니다.

수빈에게 이재는 성공한 뒤에도 다시 찾아오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반면 이재에게 수빈은 첫사랑인 동시에 자신이 오래전에 포기했던 영화의 꿈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같은 상대를 바라보고 있어도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무게는 처음부터 같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 관계가 꿈을 이룬 남자가 꿈을 포기한 여자를 구해주는 이야기로만 흘러가지 않는지가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수빈이 성공한 영화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재의 삶을 다시 일으켜주는 사람이 된다면 익숙한 로맨스가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재가 스스로 자신이 포기했던 꿈을 바라보고, 그것을 다시 시작할지 아니면 지금의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길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꿈을 다시 찾는다는 것이 반드시 15년 전의 꿈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원했던 삶과 지금 원하는 삶이 달라졌다면 그것 역시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이 이 드라마의 꿈이라는 소재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꿈을 그대로 되찾는 것만이 정답이라면 이재의 15년은 실패한 시간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경험까지 포함해 지금의 자신이 원하는 삶을 다시 선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때 수빈은 이재를 구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이재가 잊고 있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그래서 그대에게 드림에서 말하는 다시 시작은 첫사랑 하나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도 다시 바라보고, 포기했던 꿈도 꺼내보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묻는 것입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고 15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만남을 계기로 앞으로의 삶을 다르게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과거의 첫사랑을 되찾는 이야기라기보다 잊고 살았던 자신의 가능성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보는 편이 더 흥미롭습니다.

결국 남는 질문도 사랑의 결말만은 아닙니다.

15년 전 이루지 못한 꿈은 다시 시작해야 할 꿈일까요, 아니면 지금의 내가 새롭게 선택해야 할 삶을 알려주는 기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