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의 공포《들쥐》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어릴 적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손톱을 아무 데나 버리면 들쥐가 그것을 먹고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다는 전래동화입니다. 어린 마음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무언가가 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상상 자체가 꽤 오싹했습니다.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바로 이 익숙한 공포를 현대의 이야기로 가져옵니다. 대인기피 성향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던 소설가 문재는 어느 날 지문 인증에 실패하면서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가 자신의 이름과 삶을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저는 이 설정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옛이야기에서는 들쥐가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변했다면, 지금은 얼굴과 지문, 각종 인증 정보가 한 사..
남겨진 아이들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은 보셨으면 합니다저는 《아무도 모른다》를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이 불편했습니다. 슬프다는 감정보다 처음에는 화가 더 많이 났습니다.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엄마와 네 남매가 이사를 옵니다. 집주인에게 아이가 하나뿐이라고 속여야 해서 장남 아키라를 제외한 동생들은 캐리어 속에 숨어 몰래 들어옵니다.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밖에 나가서도 안 되는 아이들이지만, 처음부터 불행한 얼굴로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동생들이 창가와 베란다 주변에서 장난치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오히려 더 슬펐습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한 천진한 얼굴 때문이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돈만 남..
하룻밤의 심리전저는 원래 법정물이나 변호사가 나오는 스릴러를 그렇게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대사가 많고 정적인 장면이 이어지면 쉽게 지루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비저블 게스트는 이 편견을 완전히 깨준 영화였습니다.사업가 아드리안은 연인 로라와 함께 있던 호텔 방에서 눈을 떴는데, 로라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고 방문은 안에서 잠긴 채였습니다. 살인 용의자로 몰린 그는 승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변호사 버지니아를 선임합니다.재판을 몇 시간 앞두고, 두 사람은 밤새 사무실에 마주 앉아 그날의 진실을 재구성합니다. 아드리안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버지니아는 그 진술 속 허점을 하나씩 집요하게 파고듭니다.저는 이 설정만으로도 이미 숨이 막혔습니다. 좁은 사무실 안, 단 두 ..
폐쇄된 모텔저는 반전 스릴러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결말을 알고 나서 다시 봤을 때 더 재밌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느껴왔습니다. 아이덴티티는 그 드문 예외 중 하나입니다.폭우가 쏟아지는 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외딴 모텔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전직 경찰 출신 운전기사, 은퇴한 매춘부, 신혼여행 중인 부부, 사고를 낸 배우와 그 매니저, 그리고 낯선 소년까지. 서로 아무 연고도 없던 이 열 명은 폭우로 길이 끊기면서 이 모텔에 발이 묶이게 됩니다.그런데 한 명씩, 정말 한 명씩 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방문마다 붙어 있는 방 번호가 거꾸로 세어지듯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다음 희생자가 누구일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이 쌓여갑니다.저는 이 설정 자체는 사실 그렇게 새롭지 않다고 생각했..
동전의 의미몇 년 전 우연히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제목만 보고 잔잔한 노년 드라마인 줄 알았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다른 영화였습니다.사냥을 나갔던 모스는 사막에서 마약 거래가 틀어진 현장을 발견하고 200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챙깁니다. 그 순간부터 살인청부업자 안톤 시거의 추격이 시작됩니다.저는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다시 봤지만 가장 강렬한 것은 역시 시거가 동전을 던져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장면입니다. 처음에는 캐릭터를 강렬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이 동전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처럼 느껴졌습니다.시거 앞에서는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삶과 죽음이..
줄거리아동 심리학자 말콤은 어느 날 예전에 치료했던 환자의 방문을 받습니다.그 환자는 치료가 실패했다며 말콤을 원망하고, 결국 그를 향해 총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이듬해 가을, 말콤은 그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여덟 살 소년 콜을 만나게 됩니다.콜은 늘 겁에 질려 있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혼자 지냅니다. 말콤은 지난 실패를 만회하려는 마음으로 콜의 상담을 맡습니다.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마음을 연 콜은 말콤에게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존재들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합니다.그들은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저마다의 억울함을 품고 콜의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말콤은 처음에는 콜의 말을 믿지 못하지만, 아이를 이해하려 애쓰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집니다.그러는 동안 자신의 결혼 생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