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의 공포《들쥐》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어릴 적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손톱을 아무 데나 버리면 들쥐가 그것을 먹고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다는 전래동화입니다. 어린 마음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무언가가 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상상 자체가 꽤 오싹했습니다.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바로 이 익숙한 공포를 현대의 이야기로 가져옵니다. 대인기피 성향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던 소설가 문재는 어느 날 지문 인증에 실패하면서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가 자신의 이름과 삶을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저는 이 설정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옛이야기에서는 들쥐가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변했다면, 지금은 얼굴과 지문, 각종 인증 정보가 한 사..
줄거리인플루언서 부부 경희와 재홍은 SNS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완벽한 가정을 보여주며 살아갑니다.단칸방에서 시작해 고급 주택까지 손에 넣은 성공 스토리도 부러움을 사지만, 옆집에 사는 의사 부부 수정과 보성의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두 사람은 이미 진흙탕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처음에는 흔한 불륜극처럼 보입니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증거를 쫓던 일이 예상치 못한 핏자국과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불륜을 캐던 일이 더 큰 사건의 실마리가 되고, 두 부부가 감추고 있던 비밀까지 하나둘 튀어나옵니다.제목 그대로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불륜이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제가 재미있었던 건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사건의 크기는 점점 커지는데 이상하게 드라마의 분위기는 마냥 무거워지..
지옥의 아르바이트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꿀알바》는 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초고액 아르바이트만 소개하는 정체불명의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입니다.이재욱이 연기하는 혁준은 빚에 쫓기다 거미인력의 광고를 발견하고,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고액 아르바이트에 뛰어듭니다.시급 50배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먼저 의심할 것 같습니다.정상적인 일이라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지, 도대체 어떤 일을 시키려는 것인지부터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하지만 혁준에게는 그런 의심보다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저는 바로 이 설정 때문에 《꿀알바》의 공포가 단순한 귀신 이야기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돈에 여유가 있다면 수상한 일자리를 거절하..
세기말 해성시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원더풀스》는 새 천년을 앞두고 Y2K에 대한 불안과 종말론이 퍼져 있던 1999년, 가상의 도시 해성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8부작 액션 코미디입니다.박은빈이 연기하는 은채니를 비롯해 최대훈의 손경훈, 임성재의 강로빈 등 평범하다 못해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동네 사람들이 뜻밖의 사건을 통해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여기에 차은우가 연기하는 이운정까지 합류하면서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성시를 위협하는 사건과 맞서게 됩니다.처음에는 199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복고적인 재미를 위한 설정처럼 보입니다.하지만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왜 하필 1999년이어야 했을까라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당시에는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연도를 제대..
윤라영과 한민서《아너: 그녀들의 법정》은 성범죄 피해자를 전문으로 변호하는 로펌 L&J를 중심으로, 윤라영·강신재·황현진 세 여성 변호사가 거대한 스캔들의 실체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법정 드라마입니다.이나영이 연기하는 윤라영은 뛰어난 언변과 날카로운 공격력을 가진 유명 변호사지만, 혼자가 되는 순간 과거의 상처와 마주해야 하는 인물입니다.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싸우는 현재의 모습과 자신 역시 피해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는 과거가 겹쳐지면서 라영은 단순한 정의로운 변호사보다 훨씬 복잡하게 다가옵니다.라영이 미성년자 성폭행 피해자 조유정의 변호를 맡으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사건을 파헤칠수록 비밀 성매매 앱을 둘러싼 범죄와 과거의 사건들이 연결되고, L&J 변호사들에게까지 위협이 가해집니다.처음에는..
재회ENA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은 15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과 멈춰버린 꿈을 함께 꺼내보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황인엽이 연기하는 우수빈은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영화감독으로 자신의 꿈을 이룬 뒤 한국으로 돌아옵니다.그가 다시 찾는 사람은 15년 전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약속했던 첫사랑 주이재입니다.이혜리가 연기하는 주이재는 그 시절 품었던 영화의 꿈을 접어둔 채 생계형 리포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한때 같은 곳을 바라봤던 두 사람이지만 15년이 흐른 뒤 한 사람은 꿈을 이뤘고, 다른 한 사람은 현실을 살아내느라 꿈을 내려놓았습니다.저는 이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재회보다 꿈을 이룬 사람과 꿈을 포기한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설정이 더 흥미롭게 느껴집니다.수빈에게 영화는 현실이 되었지만 이재에게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