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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 거꾸로 가는 삶, 핀처의 다른 얼굴, 다시 아이가 되는 인생

거꾸로 가는 삶저는 이 영화의 설정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묘하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여든 살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지다가 마지막엔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니, 상상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소재였습니다.1918년 뉴올리언스, 벤자민은 노인의 외모와 노인의 질병까지 갖고 태어납니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분노한 아버지는 그를 양로원 현관 앞에 버리고, 벤자민은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나이 든 얼굴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라납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그의 몸은 점점 젊어집니다.열두 살이 되어 육십 대의 외모를 갖게 된 어느 날, 그는 양로원을 찾아온 어린 소녀 데이지를 만나 그녀의 눈동자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카테고리 없음 2026. 9. 11. 14:40
'유어 아너' 아들을 살리려는 아버지, 자식의 이기심, 답답했던 결말

아들을 살리려는 아버지《유어 아너》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는 상당히 몰입했습니다. 존경받던 판사 송판호의 아들 송호영이 김강헌의 아들을 죽게 만들면서 모든 일이 시작됩니다.처음에는 아들을 자수시키려던 송판호도 피해자가 김강헌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생각을 바꿉니다.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한 순간부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사건을 감추기 시작합니다.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법과 정의보다 송판호라는 아버지에게 더 몰입했습니다.자식을 살려보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덮고, 평생 지켜왔던 신념까지 버립니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막으려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집니다.잘못한 것은 아들인데 그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점점 아버지가 되어갑니다.저도 자식을 둔 부모라서 ..

카테고리 없음 2026. 9. 7. 10:28
'들쥐' 전래동화의 공포, 두 개의 얼굴, 빼앗긴 정체성

전래동화의 공포《들쥐》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어릴 적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손톱을 아무 데나 버리면 들쥐가 그것을 먹고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다는 전래동화입니다. 어린 마음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무언가가 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상상 자체가 꽤 오싹했습니다.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바로 이 익숙한 공포를 현대의 이야기로 가져옵니다. 대인기피 성향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던 소설가 문재는 어느 날 지문 인증에 실패하면서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가 자신의 이름과 삶을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저는 이 설정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옛이야기에서는 들쥐가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변했다면, 지금은 얼굴과 지문, 각종 인증 정보가 한 사..

영화/드라마 2026. 9. 5. 15:11
'아무도 모른다' 남겨진 아이들, 원망 없는 아이들, 마지막에 남은 쓸쓸함

남겨진 아이들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은 보셨으면 합니다저는 《아무도 모른다》를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이 불편했습니다. 슬프다는 감정보다 처음에는 화가 더 많이 났습니다.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엄마와 네 남매가 이사를 옵니다. 집주인에게 아이가 하나뿐이라고 속여야 해서 장남 아키라를 제외한 동생들은 캐리어 속에 숨어 몰래 들어옵니다.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밖에 나가서도 안 되는 아이들이지만, 처음부터 불행한 얼굴로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동생들이 창가와 베란다 주변에서 장난치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오히려 더 슬펐습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한 천진한 얼굴 때문이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돈만 남..

영화 2026. 9. 4. 06:28
'인비저블 게스트' 하룻밤의 심리전, 세 번 보는 진실, 편집된 진실

하룻밤의 심리전저는 원래 법정물이나 변호사가 나오는 스릴러를 그렇게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대사가 많고 정적인 장면이 이어지면 쉽게 지루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비저블 게스트는 이 편견을 완전히 깨준 영화였습니다.사업가 아드리안은 연인 로라와 함께 있던 호텔 방에서 눈을 떴는데, 로라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고 방문은 안에서 잠긴 채였습니다. 살인 용의자로 몰린 그는 승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변호사 버지니아를 선임합니다.재판을 몇 시간 앞두고, 두 사람은 밤새 사무실에 마주 앉아 그날의 진실을 재구성합니다. 아드리안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버지니아는 그 진술 속 허점을 하나씩 집요하게 파고듭니다.저는 이 설정만으로도 이미 숨이 막혔습니다. 좁은 사무실 안, 단 두 ..

영화 2026. 9. 3. 13:09
'아이덴티티' 폐쇄된 모텔, 열 명의 진실, 내 안의 여러 얼굴

폐쇄된 모텔저는 반전 스릴러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결말을 알고 나서 다시 봤을 때 더 재밌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느껴왔습니다. 아이덴티티는 그 드문 예외 중 하나입니다.폭우가 쏟아지는 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외딴 모텔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전직 경찰 출신 운전기사, 은퇴한 매춘부, 신혼여행 중인 부부, 사고를 낸 배우와 그 매니저, 그리고 낯선 소년까지. 서로 아무 연고도 없던 이 열 명은 폭우로 길이 끊기면서 이 모텔에 발이 묶이게 됩니다.그런데 한 명씩, 정말 한 명씩 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방문마다 붙어 있는 방 번호가 거꾸로 세어지듯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다음 희생자가 누구일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이 쌓여갑니다.저는 이 설정 자체는 사실 그렇게 새롭지 않다고 생각했..

영화 2026. 9. 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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