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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류계

영화 프로젝트 Y는 화류계라는 어두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두 여성 미선과 도경의 이야기입니다.

한소희가 연기하는 윤미선은 예명 예슬로 불리며 유흥가에서 일하고, 전종서가 연기하는 이도경은 콜 뛰기 기사로 하루하루를 버텨갑니다.

두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한 가지는 같습니다.

지금의 삶을 계속해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로 갈 수 없다는 절박함입니다.

그러던 두 사람 앞에 검은돈과 금괴가 등장하고, 미선과 도경은 인생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위험한 계획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돈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의 욕망이 얽혀 있습니다.

유흥업계의 선배 최가영과 유흥가의 실세 토사장까지 개입하면서 두 사람이 감당해야 할 위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왜 두 사람이 그렇게 위험한 돈에 손을 댔는가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큰돈을 갖고 싶어 범죄에 뛰어든 인물이라고 보면 익숙한 범죄영화가 됩니다.

하지만 미선과 도경에게 그 돈은 사치하기 위한 돈이라기보다 지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구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행동을 응원할 수는 없어도 그 선택에 이르는 과정까지 쉽게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바로 그 불편함이 프로젝트 Y를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유흥가의 모습은 이들의 삶과 묘하게 대비됩니다.

밖에서 보면 돈과 욕망이 넘쳐나는 화려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일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비와 유흥의 공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화류계 배경은 단순히 자극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화려해 보이는 장소 안에서 가장 절박하게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모순을 보여주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모순 속에서 검은돈은 더욱 강한 유혹이 됩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삶이 달라질 것 같지 않을 때 비정상적인 방법이 유일한 출구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선택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한 번 선을 넘은 뒤에는 이전처럼 돌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빠져나가기 위해 내린 선택이 오히려 더 깊은 위험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Y의 화류계를 단순한 범죄의 배경이 아니라 사람의 선택지가 얼마나 좁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보게 됐습니다.


공범

프로젝트 Y의 가장 큰 힘은 역시 미선과 도경의 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단순한 여성 버디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미선과 도경은 친구이면서 가족이고, 동시에 범죄를 함께 저지르는 공범입니다.

이 세 가지 관계가 한꺼번에 겹쳐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평범한 친구라면 상대가 위험한 선택을 하려고 할 때 말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함께 그 선을 넘어갑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이 생깁니다.

끝까지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정말 좋은 친구일까요.

상대가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함께 가주는 것이 우정인지, 아니면 멈춰 세워주는 것이 더 필요한 관계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범죄영화에서 공범 관계는 흔히 돈 앞에서 무너집니다.

처음에는 한편이었던 사람들이 일이 틀어지기 시작하면 서로를 의심하고, 결국 배신하면서 파국으로 향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Y에서는 두 사람이 돈을 얻는 것만큼이나 그 과정에서도 서로를 믿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극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시험받는 것은 범죄 계획보다 두 사람의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한소희와 전종서가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도 이 관계를 더 흥미롭게 만듭니다.

미선에게는 차갑고 계산적인 면과 불안함이 함께 있고, 도경에게서는 언제든 선을 넘어갈 것 같은 거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둘이 똑같은 방식으로 강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관계를 살아 있게 만듭니다.

한 사람이 흔들릴 때 다른 사람이 붙잡기도 하고, 반대로 한 사람의 선택 때문에 둘 모두 위험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의리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세상에는 자신들을 지켜줄 사람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서로가 마지막 안전망이 되어버린 관계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것이 두 사람이 위험한 계획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없어서 함께한 공범이 아니라, 서로밖에 없기 때문에 함께 범죄자가 되어가는 관계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궁금한 것은 두 사람이 끝까지 한편으로 남을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돈보다 서로가 중요하다는 믿음이 끝까지 유지될지, 아니면 생존을 위해 결국 그 믿음까지 버리게 될지.

저는 그 과정이 프로젝트 Y의 범죄보다 더 긴장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탈출의 대가

프로젝트 Y에서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은 결국 돈 자체보다 그 돈으로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다른 삶입니다.

이 지점에서 범죄의 의미도 조금 달라집니다.

미선과 도경은 돈을 손에 넣으면 지금까지의 삶을 끊어내고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돈만 있으면 과거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범죄영화에서 돈은 흔히 욕망을 시험하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Y에서는 돈이 욕망이면서 동시에 탈출 수단이 됩니다.

그래서 생존과 욕망의 경계가 쉽게 나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선택을 이해하게 만드는 이유는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행동을 정당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미선과 도경 역시 피해만 받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택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 점이 오히려 이 영화를 현실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해서 그 행동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히 벼랑 끝에 몰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두 사람을 감싸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선택지가 적었다는 사실과 선택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이에서 미선과 도경의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두 사람이 훔치려는 것은 검은돈과 금괴지만, 실제로 얻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인생입니다.

그런데 돈을 손에 넣는 것과 삶을 바꾸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자신들이 한 선택과 그 결과까지 버리고 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Y를 보면서 두 사람이 돈을 차지할 수 있을까보다 정말 이 세계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유흥가를 벗어나는 것이 탈출의 끝인지, 아니면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익힌 방식까지 버려야 비로소 벗어났다고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이 영화에서 탈출은 장소를 옮기는 문제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자신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위험한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이 오히려 새로운 감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Y는 한소희와 전종서의 강렬한 조합을 앞세운 범죄 버디물이면서 동시에 이런 질문을 남기는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삶을 바꾸기 위해 선택한 돈이 오히려 또 다른 삶에 자신을 묶어버린다면, 그것을 정말 탈출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