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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남편
《남편들》은 아내 시내가 납치되면서 시작되는 코미디 액션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녀를 구하러 나서는 사람은 한 명의 남편이 아니라 전남편과 현 남편입니다.
진선규가 연기하는 황충식은 시내의 전남편이자 마약반 형사입니다.
오랫동안 추적하던 신종 마약 조직의 두목을 검거한 직후 전처 시내가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곧바로 그녀를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그 옆에는 공명이 연기하는 시내의 현남편 이민석이 있습니다.
민석은 충식보다 12살 어린 수의사로, 범죄 수사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삶을 살아온 인물입니다.
저는 처음 이 설정을 봤을 때 납치 사건보다 오히려 전남편과 현남편을 한 차에 태워 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가 더 궁금했습니다.
보통 납치된 가족을 구하는 영화에서는 남편이나 아버지 한 명이 사건의 중심에 놓입니다.
하지만 《남편들》은 그 자리에 두 사람을 세웁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시내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아도 그 감정의 위치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에게 시내는 이미 헤어진 전처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지금 함께 살아가는 아내입니다.
즉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같은 사람을 구하러 움직이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목이 왜 남편이 아니라 남편들인지도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누가 시내를 더 사랑하는지를 겨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서로 다른 시간으로 존재했던 두 남자가 처음으로 같은 목적을 갖게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진선규와 공명이 《극한직업》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때는 처음부터 같은 팀이었지만 이번에는 서로 만나지 않는 편이 더 편했을 전남편과 현남편입니다.
익숙한 두 배우를 전혀 다른 관계로 다시 배치했다는 것 자체가 《남편들》의 첫 번째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한 케미
황충식과 이민석은 시내를 구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외하면 닮은 점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충식은 현장에서 범인을 상대해 온 마약반 형사이고, 민석은 동물을 돌보며 살아온 수의사입니다.
충식이 먼저 몸부터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민석은 비교적 상황을 살피는 쪽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코미디가 단순히 웃긴 대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 자체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전남편과 현남편은 친해져야 할 이유가 거의 없는 관계입니다.
가능하다면 평생 마주치지 않는 편이 서로에게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두 사람을 영화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서 한 팀으로 묶어버립니다.
시내가 납치됐으니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각자 갈 수도 없습니다.
상대가 싫어도 함께 움직여야 하고,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는 결국 등을 맡겨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들》을 전형적인 남성 버디 무비와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보통 버디 무비에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건을 겪으며 상대를 알아갑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처음부터 두 사람 사이에 시내라는 인물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알아가는 것은 서로뿐 아니라 자신이 몰랐던 시내의 또 다른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충식은 자신과 헤어진 뒤 시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민석을 통해 보게 되고, 민석 역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시내의 과거를 충식을 통해 마주하게 됩니다.
저는 이 지점이 단순한 삼각관계보다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잘 안다고 믿지만 누구에게나 내가 만나기 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의 모습까지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같은 사람을 사랑했던 두 남자가 서로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티키타카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시내 역시 단순히 구조를 기다리는 인물로만 남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두 남자가 시내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시내도 자신의 방식으로 위기를 헤쳐 나갑니다.
그래서 영화의 재미를 두 남자가 한 여자를 구한다는 데서만 찾기보다, 서로 다른 세 사람이 위기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의 반전
저는 《남편들》에서 가장 재미있는 반전이 범죄 사건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의 충식과 민석에게 상대방은 이름보다 관계가 먼저인 사람입니다.
내 전처의 남편, 내 아내의 전남편.
처음부터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상대를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전남편과 현남편이라는 이름표보다 실제로 눈앞에서 본 행동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변화가 이 영화의 버디 무비적인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처음 붙어 있던 이름표만은 아닙니다.
함께 무엇을 겪었는지가 관계를 완전히 바꾸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서로 가장 만나기 싫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를 믿어야 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요해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전남편과 현남편이라는 설정은 쉽게 누가 더 좋은 남자인가를 겨루는 이야기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사람이 시내를 두고 경쟁하는 것보다 상대를 한 사람으로 인정해 가는 과정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시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했지만, 사건을 겪으면서 황충식과 이민석이라는 두 사람 사이에도 직접적인 관계가 생깁니다.
누군가의 전남편과 현남편이 아니라 사건을 함께 버틴 두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납치 사건의 결말만큼이나 두 남자가 마지막에 서로를 어떤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는지가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경쟁자로만 보였던 사람이 위기의 순간에는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선규와 공명이 《극한직업》에서는 처음부터 같은 팀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절대로 같은 팀이 될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간다는 차이도 재미있습니다.
같은 배우 조합인데 관계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전혀 다른 코미디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남편들》의 가장 큰 반전은 범인의 정체보다도 서로 가장 어색했던 두 사람이 어느 순간 서로를 믿어야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사람 사이에 붙어 있던 이름표는 전남편과 현남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끝난 뒤에도 과연 그 이름표만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질문이 《남편들》을 단순한 납치 액션 코미디보다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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