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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변화

킬러들의 쇼핑몰은 강지영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시즌1은 삼촌 정진만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들은 조카 정지안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킬러들에게 쫓기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였습니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총격과 드론 공격, 킬러들의 습격이 이어지고 지안은 어린 시절 삼촌에게 배웠던 생존법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그리고 시즌1 마지막,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정진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저는 시즌1을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반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지안의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의 지안은 자신이 왜 공격받는지도 모른 채 살아남아야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삼촌이 어떤 일을 했는지, 머더헬프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킬러들의 세계 한가운데 던져졌습니다.

하지만 시즌2의 지안은 다릅니다.

이제 지안은 머더헬프의 새로운 대표가 되었고 살아 돌아온 정진만과 함께 바빌론에 맞섭니다.

저는 이 변화가 단순히 시즌이 바뀌면서 주인공이 강해졌다는 의미보다 훨씬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시즌1의 지안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였다면 시즌2에서는 **살아남은 뒤 무엇을 할 것인가**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살아남는 것과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시즌1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머더헬프의 대표가 된 순간부터 자신의 판단 때문에 다른 사람이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지안이 삼촌이 만든 세계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 세계의 중심으로 들어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시즌1에서 머더헬프는 지안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물려받은 위험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위험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자신이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즌2에서 지안이 얼마나 강한 액션을 보여주는가 보다 삼촌에게서 물려받은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가가 더 흥미롭습니다.

살아남는 방법은 진만에게 배웠지만 살아남은 뒤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지안이 직접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확장된 전쟁

시즌2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변화는 이야기의 규모입니다.

시즌1이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생존극에 가까웠다면 시즌2에서는 머더헬프와 글로벌 용병 조직 바빌론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저는 여기에서 단순히 스케일이 커졌다는 것보다 싸움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즌1에서는 누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자체가 공포였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총알이 날아오고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안이 어떻게 살아남는지가 긴장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더 이상 지안과 진만이 공격을 피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머더헬프가 바빌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쫓기는 사람과 쫓는 사람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시즌1이 방어와 생존의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반격과 전쟁의 이야기에 가까워진 것입니다.

저는 이 변화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즌1의 재미를 그대로 반복했다면 아무리 액션이 뛰어나도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가 넓어진 만큼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시즌1이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좁은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밀도 높은 긴장감이었습니다.

공간이 넓어지고 등장인물이 많아질수록 화려한 액션은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그 특유의 압박감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즌2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크게 만들었느냐보다 커진 세계에서도 킬러들의 쇼핑몰만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머더헬프를 둘러싼 세계 역시 넓어집니다.

저는 여기에서도 단순히 킬러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각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싸우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즌1에서 인상적이었던 것도 누가 가장 강하느냐만은 아니었습니다.

각 킬러마다 전투 방식과 성격이 달랐고, 그 차이가 액션 자체를 하나의 캐릭터처럼 만들었습니다.

시즌2에서도 이 개성이 유지된다면 세계관의 확장은 단순히 액션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시즌2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시즌1보다 더 큰 전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더 넓어진 세계에서도 시즌1에서 느꼈던 긴장과 개성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만과 지안

시즌2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관계는 결국 정진만과 정지안입니다.

시즌1에서 지안에게 진만은 자신을 키워준 삼촌이었지만 정작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상할 정도로 생존법을 가르쳤던 이유 역시 나중에서야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즌1의 정진만은 현재의 인물이라기보다 지안의 기억 속에서 더 강하게 존재했습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삼촌이 과거에 했던 말과 행동이 떠오르고 그것이 지안을 살아남게 했습니다.

그런데 시즌2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죽은 줄 알았던 진만이 살아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두 사람의 재회가 단순히 반가움으로 끝날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안의 입장에서 보면 삼촌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는지, 왜 혼자 위험을 감당하게 했는지, 무엇보다 왜 자신이 죽었다고 믿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감정도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이제 지안은 예전의 지안이 아닙니다.

삼촌이 만든 세계를 직접 경험했고 그 안에서 자신의 판단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이제 머더헬프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을 예전처럼 보호자와 보호받는 조카의 관계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진만이 지안을 보호해야 하는 관계에서 이제는 같은 적을 상대하면서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 관계가 된 것입니다.

저는 바로 이 변화가 액션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시즌1에서는 지안이 진만의 말을 기억하고 따르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반대로 진만이 성장한 지안의 판단을 인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삼촌이 조카에게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이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까지 대신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머더헬프의 대표가 지안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단순한 직책 변화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삼촌의 세계를 물려받았지만 삼촌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안이 그 세계에서 정진만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느냐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1과 시즌2의 가장 큰 차이는 킬러의 숫자나 액션 규모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시즌1이 삼촌에게 배운 방법으로 살아남는 조카의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살아남은 조카가 삼촌과 나란히 서서 자기 방식으로 선택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궁금한 것도 이것입니다.

지안은 진만이 만든 세계를 그대로 물려받게 될까요, 아니면 그 세계를 자기 방식으로 바꾸게 될까요.

시즌2에서 지안의 진짜 성장은 더 강한 킬러가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살려낸 삼촌의 방식과 다른 선택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