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워킹맘의 이중생활
유부녀 킬러는 배우 공효진이 2011년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 이후 약 15년 만에 MBC로 복귀하는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연한 tvN 별들에게 물어봐 이후 선택한 차기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와 현실적인 생활 연기로 사랑받아온 공효진이 이번에는 액션과 코미디를 동시에 소화하는 킬러로 변신한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동명의 인기 카카오웹툰을 원작으로 한 유부녀 킬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을 가진 워킹맘의 이중생활을 그린 액션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공효진이 연기하는 유보나는 두루미전자 영업 3팀 부장입니다. 회사에서는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는 능력 있는 직장인이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또 하나의 직업이 있습니다. 3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전설의 저격수 ‘킹피셔’
입니다.
집에서는 남편과 네 살 딸을 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지만, 임무가 시작되면 법의 심판을 피한 흉악범을 처단하는 킬러로 변신합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사실은 킬러였다’는 반전 자체가 재미있는 설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에서 더 흥미로운
부분은 왜 하필 킬러에게 워킹맘이라는 설정을 붙였을까라는 점입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에게는 회사에서의 역할과 집에서의 역할이 따로 존재합니다.
회사에서는 자신의 일을 해내야 하고 퇴근하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부녀 킬러는 이 익숙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비틀어버립니다.
유보나에게 출근은 회사로 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퇴근했다고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직장인과 엄마 사이에
‘킬러’라는 말도 안 되는 직업 하나가 더 끼어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설정 자체가 워킹맘의 여러 얼굴을 과장한 블랙코미디처럼도 느껴집니다.
누군가에게는 능력 있는 부장이고, 누군가에게는 엄마이며, 누군가에게는 아내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저격수
입니다. 같은 사람인데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요구받는 것입니다.
공개된 포스터에서 앞치마를 두른 주부와 저격총을 든 킬러의 모습이 함께 등장하는 것도 이런 대비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결국 유보나가 숨겨야 하는 것은 단순히 킬러라는 직업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삶이 충돌하지 않도록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는 이 작품의 진짜 긴장감은 총격전보다 정체가 들통나는 순간 무너질 평범한
일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정의
유부녀 킬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유보나를 둘러싼 인물들이 모두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그 방법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정준원이 연기하는 권태성은 유보나의 남편이자 불의를 끝까지 추적하는 사회부 기자입니다. 더 재미있는 설정은 그가
과거 전설의 저격수 킹피셔를 전담 취재했던 기자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찾던 킬러와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남편으로서는 아내를 지키고 싶겠지만 기자라면 진실을 감춰서는 안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이 평생 지켜온
직업적 신념이 충돌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상이가 연기하는 이동진은 또 다릅니다.
그는 법의 정의를 믿는 형사로 정체를 감춘 저격수 유보나를 추적합니다. 학창 시절 겪은 사건을 계기로 사적 복수가
아니라 법을 선택한 인물이기 때문에 유보나와는 정의를 바라보는 방식부터 정반대입니다.
유보나는 법이 해결하지 못한 악인을 직접 처단하고, 이동진은 아무리 악인이라도 개인이 심판할 권리는 없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 대립이 이 작품에서 액션보다 더 흥미로운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사람을 처벌한다는 결과가 옳다면 그 방법까지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사이다 복수극을 보다 보면 우리는 악인이 응징당하는 순간 쉽게 통쾌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누군가가 법 대신
직접 처벌을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유보나의 행동에는 분명 통쾌함이 있지만 동시에 위험한 질문도 따라옵니다. 누가 악인인지 결정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개인에게 다른 사람을 심판할 권리가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여기에 남편 권태성까지 들어오면 세 사람은 묘한 삼각형을 만듭니다.
한 사람은 법 밖에서 악인을 처단하고, 한 사람은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 하며, 한 사람은 법 안에서 범인을 잡으려 합니다.
같은 정의를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세 사람인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의 관계가 단순한 추격전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를 쉽게
정하기보다, 세 사람의 신념이 충돌하면서 시청자에게도 ‘나라면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를 묻게 만든다면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평범함을 뒤집는 설정
유부녀 킬러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특별한 세계를 보여주기보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평범한 공간을 뒤집는다는
점입니다.
유보나가 근무하는 두루미전자 영업 3팀 역시 겉으로는 평범한 회사 조직입니다.
하지만 성동일이 연기하는 김봉팔을 중심으로 이들은 비밀리에 움직이는 ‘클라이언트 처리반’으로 활동합니다. 저격과
사고사, 독살 등 각자의 전문 분야까지 존재합니다.
회사에서는 회의를 하고 실적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는 전혀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는 설정입니다.
저는 오히려 거대한 비밀조직보다 이런 설정이 더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회사원 중 누군가에게 아무도 모르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는 상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목이 유부녀 킬러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보통 액션물의 킬러라고 하면 가족도 없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고독한 인물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유보나는
정반대입니다.
남편도 있고 어린 딸도 있으며 회사에서는 부장입니다. 지켜야 할 일상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임무에 실패하는 것보다 자신의 정체가 가족에게 밝혀지는 것이 더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기존 킬러물과 이 작품을 구분하는 가장 재미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킬러에게 가족을 만들어주자 액션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총을 잘 쏘고 적을 쓰러뜨리는 능력보다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지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공효진이라는 배우의 캐스팅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효진은 그동안 특별한 영웅보다 우리 주변에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생활감 있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배우였습니다. 그런 배우가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를 챙기다가 총을 드는 순간, 두 세계의 간극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유부녀 킬러는 ‘평범한 주부가 사실 엄청난 킬러였다’는 반전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엄마, 아내, 직장인, 그리고 킬러.
한 사람이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여러 역할을 극단적으로 겹쳐놓고, 그 모든 삶을 지키려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화려한 액션도 기대되지만 저는 오히려 유보나의 정체가 가족에게 가까워질수록 생기는 긴장감과, 서로 다른 정의를
믿는 인물들이 충돌하는 순간이 이 작품의 진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삶을 지키기 위해 가장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
그 모순이 얼마나 유쾌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질지, 유부녀 킬러를 기다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영화 >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동궁' 궁궐의 공포, 귀신보다 무서운 욕망, 왕의 비밀 (0) | 2026.07.22 |
|---|---|
|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살아남은 자의 변화, 확장된 전쟁,진만과지안 (2) | 2026.07.21 |
| '신입사원 강회장' 영혼체인지,뒤집힌 권력,두번째 기회 (0) | 2026.07.21 |
| '아파트' 도박장 보스,작은 권력사회,범죄극으로 변하는 공간 (0) | 2026.07.20 |
| '파친코' 주말편성,세대를 잇는 시간,다음 세대의 이야기 (0) | 2026.07.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