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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서연은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을 정리하던 중 휴대폰을 잃어버린 서연은 집에 남아 있던 낡은 유선 전화기를 사용하게 되고, 그 전화로 낯선 여자 영숙과 연결됩니다.
대화를 나누던 서연은 놀라운 사실을 깨닫습니다. 영숙은 지금이 아니라 20년 전인 1999년, 바로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시간을 뛰어넘은 기묘한 통화는 처음에는 두 사람 사이에 우정 같은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연은 영숙에게 1999년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를 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영숙은 실제로 과거를 바꾸고, 그 순간 서연의 현재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죽었던 아버지가 살아 있는 현실을 마주한 서연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지만, 과거를 바꾼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크게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영숙이 자신의 행동 하나로 20년 뒤 서연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던 두 사람의 관계는 점차 힘의 균형을 잃어갑니다.
과거에 있는 한 사람이 현재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의 삶을 마음대로 뒤흔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바로 이 지점부터 《콜》이 단순한 타임슬립 스릴러가 아니라 상당히 섬뜩한 이야기가 된다고 느꼈습니다.
전화선 너머의 광기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판타지처럼 시작한 설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순도 높은 공포와 스릴러로 완전히 탈바꿈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연이 영숙에게 아버지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순간이 이 영화의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의로 던진 작은 부탁 하나가 이미 존재하던 현재 전체를 뒤흔드는 나비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시간을 넘나드는 통신이라는 소재는 《시그널》 같은 작품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습니다.
다만 《콜》은 그 소재를 미스터리 해결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과 광기를 증폭시키는 장치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전화 한 통만으로 서로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물리적으로는 20년이라는 시간이 두 사람을 갈라놓고 있지만, 전화선이 연결되는 순간 오히려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위협하는 관계가 됩니다.
영숙은 처음에는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과거에서 벌이는 행동이 서연의 현재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점차 달라집니다.
저는 이 지점이 영숙이라는 인물을 더욱 무섭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이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그 힘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영화는 이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전종서는 순수함과 광기를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얼굴로 영숙을 강렬하게 만들어냅니다. 웃고 있는 순간에도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박신혜 역시 평온했던 일상이 서서히 무너지는 서연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두 배우가 같은 시간에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영화 내내 서로를 쫓고 쫓기는 듯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저는 《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바꾸는 대가
《콜》에서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과거가 바뀔 때마다 현재가 달라지는 방식입니다.
같은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두고 1999년과 현재를 오가는데, 과거에서 무언가가 달라지는 순간 현재의 공간과 서연의 삶까지 바뀌어버립니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그곳에 쌓여 있던 시간이 달라지면서 현재까지 전혀 다른 모습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가 흔히 생각하는 시간여행 영화처럼 주인공을 직접 과거로 보내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두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오래된 전화 한 대뿐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단순한 장치 때문에 더 무섭습니다.
서연은 과거로 가서 영숙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과거의 영숙이 마음만 먹으면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시간의 차이가 아니라 힘의 차이가 됩니다.
영숙에게는 서연의 현재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서연에게는 이미 바뀌어버린 현재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계속 찾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콜》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서연이 과거를 바꾸고 싶었던 이유는 거창한 욕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너무나 이해하기 쉬운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문제는 한번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입니다.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과거를 바꾸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힘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이 질문 때문에 《콜》의 전화기는 단순한 시간 연결 장치가 아니라 점점 위험한 물건처럼 보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오래된 전화기 소리만 들어도 움찔하게 되는 후유증이 며칠 갔습니다. 그만큼 영화가 만들어내는 소리와 분위기도 강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더 오래 남았던 것은 영숙의 광기보다 과거를 바꾸고 싶다는 서연의 첫 번째 선택이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콜》은 바로 그 평범한 바람에서 시작해 묻습니다.
정말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그래도 바꾸겠습니까?
저는 그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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