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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대의 얼굴
《아임 스틸 히어》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갔던 것은 에우니시라는 한 인물을 두 명의 배우가 나눠 맡았다는 점입니다.
장년의 에우니시는 페르난다 토레스가, 노년의 에우니시는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연기합니다. 그런데 두 배우는 실제로 모녀 사이입니다.
이 캐스팅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월터 살레스 감독의 《중앙역》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라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의 딸 페르난다 토레스가 같은 감독의 작품에서 한 여성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고, 어머니는 그 인물의 노년을 연기합니다.
저는 이 선택을 보면서 한 사람의 기억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이 영화의 이야기와 묘하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임 스틸 히어》는 브라질 작가 마르셀루 후벤스 파이바가 자신의 가족이 겪었던 일을 기록한 동명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아들이 기록한 가족의 기억이 책이 되고, 다시 영화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집니다.
그런 이야기를 실제 모녀 배우가 한 인물의 서로 다른 시간을 연기한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기억한다는 것이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지우려고 했던 일을 다음 사람이 기억하고, 다시 이야기하는 것.
어쩌면 그것 자체가 사라진 사람을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국가가 대답하지 않은 시간
1970년대 초, 브라질 군사독재가 극에 달하던 시기입니다.
리우데자네이루 바닷가 근처에 사는 파이바 가족의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전직 연방 하원의원인 아버지 후벤스와 어머니 에우니시, 다섯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남자들이 집으로 들이닥칩니다.
그들은 후벤스를 데려가고, 그는 그 후로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에우니시는 남편이 어디로 끌려갔는지, 왜 데려갔는지를 묻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남편의 실종 자체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사고가 났다면 슬퍼할 수도 있고, 죽음을 확인했다면 애도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사람을 기다리는 가족에게는 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오늘 돌아올 수도 있다는 희망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에우니시가 견뎌야 했던 것은 단순히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국가가 대답하지 않는 세월 전체였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더 무서운 것은 한 사람을 데려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남겨진 가족에게는 그 사람이 왜 사라졌는지 알아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한 가족의 평범했던 일상에 국가의 폭력이 들어온 순간, 그전까지 너무나 당연했던 삶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임 스틸 히어》를 단순히 과거의 군사독재를 다룬 정치 드라마로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남편이 사라진 뒤 에우니시에게 남은 것은 다섯 아이와 자신의 삶입니다.
그녀는 남편의 행방을 추적하는 동시에 가족의 삶도 이어가야 합니다.
이 지점이 저는 특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잃었다고 해서 남겨진 사람의 시간이 함께 멈춰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라고 생활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에우니시 역시 누군가의 아내로만 남아 있지 않습니다. 훗날 변호사가 되고 인권을 위해 활동하며 자신의 삶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인 **《아임 스틸 히어》, 나는 아직 여기 있다**라는 말도 여러 의미로 다가옵니다.
사라진 사람을 잊지 않고 있는 가족의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모든 것을 빼앗긴 뒤에도 자신의 삶을 이어간 에우니시의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국가는 한 사람을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숨기고 대답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을 기억하고 계속 이야기한다면, 정말로 그 존재까지 지울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가 과거에 일어난 비극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우려는 힘과 그 사람을 기억하려는 힘 중 무엇이 더 오래 남는가를 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 가족의 이야기를 아들이 기록했고, 그 기록이 다시 영화가 되어 수많은 사람에게 전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은 지나간 일을 붙잡고 있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지워지지 않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임 스틸 히어》는 저에게 한 가족이 겪은 비극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누군가가 지우려 했던 한 사람을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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