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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지 않는 결말
영화를 많이 보다 보면 줄거리는 잊어버려도 이상하게 마지막 장면 하나만 또렷하게 남는 작품이 있습니다.
저에게 《세븐》이 그런 영화입니다.
오래전에 처음 봤는데도 이 영화의 결말이 주었던 충격만큼은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어서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야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사건의 의미가 완성된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영화는 은퇴를 일주일 앞둔 형사 서머셋과 새로 부임한 형사 밀스가 기괴한 살인 사건을 맡으면서 시작됩니다.
강제로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은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되고, 뒤이어 한 변호사가 자신의 살을 도려낸 채 발견됩니다.
처음에는 잔혹한 연쇄살인처럼 보이지만 현장에 남겨진 단서를 따라가면서 두 형사는 범인이 성서의 일곱 가지 죄악, 즉 식탐과 탐욕, 나태, 정욕, 교만, 시기, 분노에 맞춰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흥미로운 건 범인을 잡는 것이 이 영화의 진짜 목적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범인은 단순히 경찰에게 쫓기고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경찰까지 자신의 계획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던 걸까요.
저는 마지막에 가서야 이 질문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세븐》의 결말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흔한 반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오히려 앞에서 봤던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듭니다.
처음부터 어디까지 계획되어 있었던 걸까.
그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영화는 끝났는데도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죄를 심판하는 사람
다시 생각해보면 제가 《세븐》에서 가장 무섭게 느낀 사람은 살인을 저지르는 존 도우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살인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존 도우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들에게 죄에 맞는 벌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그래서 그의 범행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각각의 죄악에 맞는 사람을 찾아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 사람이 저질렀다고 판단한 죄를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되돌려줍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불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다른 사람의 죄를 판단할 자격을 가질 수 있을까.
탐욕스러운 사람도 있고, 게으른 사람도 있고, 욕망이나 질투에 흔들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영화가 내세우는 일곱 가지 죄악 가운데 어느 하나에도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그런데 존 도우는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을 죄인으로 정하고, 자신에게 그들을 심판할 권리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바로 그 확신이 살인 장면보다 더 섬뜩했습니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신념을 정의라고 믿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살인 순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사건이 벌어진 뒤의 현장을 보여주는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관객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보지 못했는데도 현장에 남은 흔적과 두 형사의 반응만으로 머릿속에서 더 끔찍한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세븐》은 잔혹한 영화인데도 제가 기억하는 것은 피가 낭자한 살인 장면보다 축축한 방, 어두운 복도, 끊임없이 내리는 비와 사람들의 표정입니다.
특히 서머셋과 밀스는 같은 사건을 보면서도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
서머셋은 이미 이 도시에 지쳐 있고 인간의 악함을 너무 많이 본 사람입니다. 반면 밀스에게는 아직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형사로서의 열정이 남아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그저 노련한 형사와 혈기왕성한 젊은 형사의 대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말을 알고 나면 두 사람의 차이가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알게 됩니다.
다시 보이는 것들
《세븐》을 다시 볼 때 가장 재미있는 점은 범인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범인을 찾으며 보지만, 두 번째부터는 범인이 어떻게 두 형사를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특히 서머셋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는 사건 초반부터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밀스가 앞으로 달려갈수록 서머셋은 계속 주변을 살피고 의심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도 이름이 없습니다.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거리는 축축하며, 사람들이 사는 공간조차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실제 촬영에서도 계속된 비가 영화의 중요한 분위기로 자리 잡았고,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는 이 도시를 젖고 거칠고 무너져가는 알 수 없는 도시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저는 이 도시가 단순한 배경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서머셋이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이고, 존 도우가 세상을 증오하게 된 공간이며, 밀스가 아직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가면 세 사람은 단순히 형사 둘과 살인범 한 명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는 제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마지막 순간에 도착합니다.
여기에서 무엇이 벌어지는지는 적지 않으려고 합니다.
《세븐》을 아직 보지 않은 분이라면 그 장면만큼은 아무것도 모른 채 직접 마주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수많은 장면보다 그 마지막 순간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져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정의를 지키려고 했던 사람이 결국 자신이 쫓던 범인의 계획을 완성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 무력감이 오래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븐》은 저에게 범인을 잡는 영화라기보다, 인간이 자신의 분노와 신념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로 남았습니다.
결말을 알고 다시 봐도 여전히 불편하고, 오히려 처음보다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아마 그것이 1995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지금까지도 스릴러 명작으로 계속 이야기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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