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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아이들

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은 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아무도 모른다를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이 불편했습니다. 슬프다는 감정보다 처음에는 화가 더 많이 났습니다.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엄마와 네 남매가 이사를 옵니다. 집주인에게 아이가 하나뿐이라고 속여야 해서 장남 아키라를 제외한 동생들은 캐리어 속에 숨어 몰래 들어옵니다.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밖에 나가서도 안 되는 아이들이지만, 처음부터 불행한 얼굴로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동생들이 창가와 베란다 주변에서 장난치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오히려 더 슬펐습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한 천진한 얼굴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돈만 남긴 채 사라집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열두 살 아키라는 동생들을 먹이고 돌보며 엄마의 자리를 대신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결국 제가 바라지 않았던 곳까지 흘러갑니다.

막내 유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이들은 어른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하지 못합니다. 아키라와 사키는 유키를 여행가방에 넣고 공항 근처까지 데려가 직접 묻어줍니다.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슬펐습니다.

아이들은 죽음 앞에서조차 어른을 찾는 방법보다 자기들끼리 해결하는 방법을 먼저 선택합니다.

시신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행동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도움을 청하면 자신들의 삶이 무너지고 서로 헤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었다는 사실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캐리어에 숨어 웃으며 집으로 들어왔던 아이가 마지막에는 다시 캐리어에 담겨 집을 나갑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같은 여행가방이 처음과 마지막에 전혀 다른 의미로 돌아오는 순간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원망 없는 아이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엄마를 원망하기를, 차라리 화라도 내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감정을 크게 터뜨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서로를 탓하지도 않고 엄마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지도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그 담담함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그 모습이 가장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과 비교해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어느 가족이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았어도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을 보여줬다면, 아무도 모른다는 혈연으로 묶인 가족 안에서도 아이가 얼마든지 버려질 수 있다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장남 아키라를 연기한 야기라 유야의 연기도 오래 남았습니다. 저는 그가 어른스러운 아이를 연기한다는 느낌보다 실제로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를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동생들의 모습은 반대로 너무나 아이답습니다.

작은 것에도 즐거워하고, 장난을 치고, 웃습니다. 저는 그 밝은 웃음이 오히려 더 아팠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아이인데 그 아이들을 둘러싼 현실만 너무 빨리 어른의 세계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가장 잔인했던 것은 아이들이 크게 우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울고 화내기보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의 담담함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볼수록 저는 엄마가 사라졌다는 사실보다, 아이들이 그 부재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슬펐습니다.


마지막에 남은 쓸쓸함

아무도 모른다1988년 도쿄에서 실제로 벌어진 아동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감독은 실제 사건의 참혹함을 자극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아이들이 밥을 먹고, 놀고, 서로를 챙기며 살아가는 시간을 오래 바라봅니다.

저는 그 선택 때문에 오히려 영화가 더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을 계속 불쌍한 피해자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웃고 놀고 무언가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토록 큰일을 겪고도 영화는 극적인 구원이나 따뜻한 결말을 주지 않습니다. 남겨진 아이들은 다시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그 모습이 너무 쓸쓸했습니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동안 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아이들에게는 그조차 지나가고 다시 살아내야 하는 하루가 되어버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타나 아이들을 구해주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가 끝나도 아이들의 삶은 계속될 것 같은 느낌만 남습니다.

그래서 제목 아무도 모른다도 마지막에 이르면 더욱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정말 아무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조금만 더 관심 있게 바라봤다면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에게 이 영화가 남긴 가장 큰 감정은 슬픔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큰 비극이 지나갔는데도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 흘러간다는 쓸쓸함.

마지막에 남겨진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는 그 감정을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 마지막 장면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모른다의 아이들을 쉽게 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