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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살리려는 아버지
《유어 아너》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는 상당히 몰입했습니다. 존경받던 판사 송판호의 아들 송호영이 김강헌의 아들을 죽게 만들면서 모든 일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아들을 자수시키려던 송판호도 피해자가 김강헌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생각을 바꿉니다.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한 순간부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사건을 감추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법과 정의보다 송판호라는 아버지에게 더 몰입했습니다.
자식을 살려보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덮고, 평생 지켜왔던 신념까지 버립니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막으려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집니다.
잘못한 것은 아들인데 그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점점 아버지가 되어갑니다.
저도 자식을 둔 부모라서 그런지 그 모습이 참 답답하면서도 이해됐습니다.
자식에게는 자신의 인생에서 벌어진 한 사건일지 모르지만, 부모에게 자식의 일은 어느 순간 부모 자신의 인생이 되어버립니다.
송판호가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인 줄 알면서도 아들을 살리려고 계속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모습만큼은 부모의 입장에서 쉽게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자식의 이기심
제가 《유어 아너》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의외로 부성애보다 자식에 대한 답답함이었습니다.
송판호는 아들에게 자신이 어디까지 무너지고 있는지 제대로 내색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보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직업과 신념은 물론 인생 전체를 위험에 빠뜨립니다.
그런데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무엇을 감당하고 있는지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더 깊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후반부에 사고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저는 더 답답했습니다. 송판호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온갖 일을 벌였는데, 정작 자신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셈이니까요.
그 모습을 보면서 자꾸 현실의 부모와 자식 관계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바라보며 때로는 자신의 인생까지 다 던지는데, 왜 자식들은 그걸 모른 채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을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송판호는 아들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직업과 신념, 결국 자신의 삶까지 걸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무엇을 감당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부모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자식에게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뒤에서 해결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식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자식을 둔 부모인 제 눈에는 그 모습이 참 답답했습니다.
자식을 살리겠다고 자기 인생까지 무너뜨리는 아버지와, 그 무게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들.
저는 사건 자체보다 이 엇갈린 부모와 자식의 모습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자식은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에게 자식의 일은 어느 순간 부모 자신의 인생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답답했던 결말
초반의 《유어 아너》는 다음 회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한 사건을 덮으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지고, 송판호와 김강헌이 서로를 압박하는 과정도 긴장감이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중후반으로 갈수록 저는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기보다 새로운 관계와 문제가 계속 얽히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느낌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호영은 결국 죽음을 맞지만 모든 비극의 출발점에 있던 김상혁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채 떠납니다.
작품이 왜 이런 결말을 선택했는지는 이해합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법과 원칙을 버린 두 아버지 모두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극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품이 말하려는 것을 이해하는 것과 그 결말이 마음에 드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저는 오히려 허탈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상황을 송판호가 어떻게 해결할까’가 궁금해서 빠져들었는데, 마지막에는 해결됐다는 느낌보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결국 더 큰 상처만 남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유어 아너》는 통쾌한 법정 스릴러도,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범죄극도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자식 하나 살려보겠다고 자신의 인생까지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아버지를 보면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사건의 결말보다 그 아버지의 모습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부모는 자식 때문에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식은 부모가 자신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에게 《유어 아너》는 그 질문 때문에 답답했고, 또 그 질문 때문에 끝까지 보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