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여자영화 《미스백》을 보고 난 뒤 자세한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졌지만, 이상하게 슬펐다는 감정만은 남아 있습니다. 한지민이 연기한 백상아라는 여자의 삶이 그만큼 안타까웠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고, 세상에 마음을 열기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칠게 살아온 여자.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도, 따뜻한 말을 자연스럽게 건네는 법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 상아를 보면서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하게 됩니다.저는 평소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베풀 줄 안다는 말을 어느 정도 믿는 편입니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보호받은 경험이 있다면, 자신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그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
변요한을 새롭게 보게 된 영화솔직히 《타짜: 벨제붑의 노래》를 보러 가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타짜》라는 이름이 워낙 강하기도 하고, 이미 여러 편의 시리즈가 나온 작품이라 이번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하는 정도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대를 내려놓고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도 ‘생각보다 괜찮은데?’였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변요한이라는 배우를 조금 새롭게 보게 된 영화였습니다.변요한이 연기한 장태영은 타고난 감과 운을 가진 인물입니다.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가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 박태영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저는 줄거리보다 장태영이라는 인물을 끌고 가는 변요한의 분위기가 재..
잔인한 복수《악마를 보았다》는 처음부터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장경철이 수현의 약혼녀를 살해하면서 시작되는 사건부터 너무 잔인하고, 최민식이 연기한 장경철은 쉽게 이해하거나 동정할 여지가 거의 없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현이 이 사람을 찾아내서 제대로 벌을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저도 원래 영화에서는 나쁜 사람이 결국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권선징악의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라 처음에는 수현의 복수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했습니다.그런데 수현이 선택한 복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식과 다릅니다. 장경철을 찾아내 바로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준 뒤 풀어주고, 다시 찾아가 고통을 주는 일을 반복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잔인하..
한 번의 잘못《끝까지 간다》를 다시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배우는 역시 이선균입니다. 저는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참 좋아했습니다. 특유의 목소리도 좋았고, 힘을 주지 않는 것 같은데도 인물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연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재미와는 별개로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영화 속 고건수는 처음부터 정의롭고 반듯한 경찰은 아닙니다. 어머니의 장례식 날 감찰반의 수사까지 받게 되고, 정신없이 차를 몰고 가다가 사람을 치는 사고를 냅니다. 여기 까지라면 끔찍하지만 한순간의 사고입니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부터 시작됩니다.건수는 신고하고 책임지는 대신 사고를 감추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선택 때문에 다음 선택은 더 나빠집니다. 시신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고, ..
용서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밀양》에서 신애는 남편을 잃은 뒤 아들 준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옵니다. 새로운 곳에서 피아노 학원을 열고 다시 살아보려 하지만, 그곳에서 또다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습니다. 아들이 유괴된 뒤 결국 죽은 채 발견된 것입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아이를 잃는 사건 자체도 끔찍했지만, 그 이후 신애가 범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이 훨씬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신애는 모든 것이 무너진 뒤 종교에 기대기 시작하고, 자신도 조금씩 평안을 찾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교도소에 있는 범인을 직접 찾아가 용서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신애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아이를 죽인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나라면 절대 하지 못할 것 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