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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을 새롭게 보게 된 영화

솔직히 《타짜: 벨제붑의 노래》를 보러 가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타짜》라는 이름이 워낙 강하기도 하고, 이미 여러 편의 시리즈가 나온 작품이라 이번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하는 정도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대를 내려놓고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도 ‘생각보다 괜찮은데?’였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변요한이라는 배우를 조금 새롭게 보게 된 영화였습니다.

변요한이 연기한 장태영은 타고난 감과 운을 가진 인물입니다.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가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 박태영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저는 줄거리보다 장태영이라는 인물을 끌고 가는 변요한의 분위기가 재미있었습니다. 기존 《타짜》의 주인공을 흉내 내려 하기보다 자기 방식의 타짜를 보여주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타짜》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순간 배우에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될 테니까요. 실제로 변요한도 이번 작품을 맡으며 부담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피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런 사전 이야기를 모르고 영화를 봤는데도, 보고 나오면서 ‘변요한이 이런 역할도 잘 어울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배우의 다른 얼굴을 발견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타짜》는 저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본 영화이면서 변요한이라는 배우를 다시 본 영화였습니다.


정말 타고난 운이라는 게 있을까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배우보다 더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뜻밖에도 **‘운’**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도 따라온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좋은 기회가 와도 그것을 잡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살아오면서 사람들을 보다 보면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희한할 정도로 운이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일을 해도 이상하게 좋은 사람을 만나고, 무언가를 시작하면 생각지도 않았던 기회가 생기고, 위기가 닥쳐도 절묘하게 빠져나갑니다. 물론 그 사람이 노력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도 있겠지만 가끔은 ‘저건 노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상하게 일이 꼬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도, 모든 것이 운이라는 말도 둘 다 완전히 믿지는 않습니다.

도박을 소재로 한 《타짜》에서 이 질문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내가 원하는 패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주어진 패는 운이고, 그 패를 가지고 어떻게 승부할지는 실력과 판단의 영역입니다. 어쩌면 인생도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떤 패를 받을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그 패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선택할 수 있는 것.

그런데 그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좋은 패가 계속 들어오는 사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장태영을 보면서 ‘정말 사람마다 타고난 운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력의 가치를 무시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노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이 분명 우리 인생에는 존재하는 것 같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가 제게 더 재미있게 남았습니다.


예상 밖이었던 스윙스와 타짜의 재미

또 하나 의외였던 것은 스윙스였습니다. 처음에는 래퍼 스윙스가 영화에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낯설었습니다. 가수가 연기에 도전하면 아무래도 ‘연기가 어색하지 않을까?’부터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 ‘가수가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흐름이 깨지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스윙스는 이번 작품에서 본명 문지훈으로 출연했고, 상업영화로는 이번이 데뷔작입니다. 감독은 짧게 등장하더라도 강력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인물을 원했고, 변요한이 문지훈의 연기 영상을 보여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니 영화에서 느꼈던 낯선 느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익숙한 배우가 아닌 사람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거친 분위기가 오히려 캐릭터와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좋았던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마다 반드시 거창한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별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갔다가 이야기를 따라가고,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배우의 연기까지 괜찮아서 기분 좋게 나오는 영화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 보고 끝날 줄 알았던 영화가 제게 ‘운’이라는 생각 하나를 남겼습니다. 우리는 잘되면 노력했다고 말하고 안 되면 운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노력과 상관없이 남들보다 좋은 패를 자주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그 사람에게 주어진 인생의 일부일까요. 실력 좋은 타짜보다 계속 좋은 패를 받는 사람이 더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

별 기대 없이 본 《타짜》였는데 변요한을 새롭게 봤고, 스윙스의 연기도 의외였고, 결국 극장을 나오면서는 사람에게 정말 ‘타고난 운빨’이라는 게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저는 꽤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