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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우의 연기 대결
맷 데이먼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가 좋아하는 두 배우가 한 영화에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디파티드는 보기 전부터 반은 성공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스타 둘을 한꺼번에 본다는 재미보다 훨씬 진한 게 남았습니다. 두 사람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숨 막히는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었거든요.
디카프리오가 맡은 빌리 코스티건은 경찰인데 범죄조직에 잠입해 범죄자로 삽니다. 맷 데이먼이 맡은 콜린 설리번은 경찰 조직에서 인정받는 엘리트인데, 실은 프랭크 코스텔로에게 정보를 넘기는 조직의 첩자입니다. 경찰이면서 범죄자처럼 살아야 하는 남자와, 범죄자 편이면서 경찰처럼 살아야 하는 남자. 설정만 들어도 두 사람의 얼굴이 궁금해집니다.
저는 특히 디카프리오의 불안이 좋았습니다. 언제 정체가 들통날지 모르니 얼굴에서 긴장이 단 한순간도 빠지지 않습니다. 보는 저까지 숨을 참게 되더라고요. 반면 맷 데이먼의 설리번은 놀랄 만큼 침착합니다. 동료 앞에서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평범함이 오히려 더 얄밉고 소름 돋았습니다. 관객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두 배우가 계속 한 화면에서 맞붙는 것도 아닌데, 영화 전체가 두 사람의 대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싸움은 누가 총을 더 잘 쏘느냐가 아니라 누가 자기 진짜 얼굴을 끝까지 숨기느냐의 싸움이니까요. 좋아하는 두 배우가 이렇게 정반대의 인물로 맞서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덤이었습니다. 디파티드는 범죄영화인 동시에, 두 배우의 서로 다른 연기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맛이 유독 진했던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누가 더 좋았는지 따져보게 되는 재미도 있었고요.
서로의 삶을 훔친 두 남자
이 영화를 경찰 대 범죄조직의 대결로만 보면 절반만 본 겁니다. 빌리와 설리번을 가만히 보다 보면, 두 사람 모두 자기 이름으로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묘하게 닮았습니다. 빌리는 살아남으려고 범죄자가 되어야 하고, 설리번은 살아남으려고 좋은 경찰인 척해야 합니다. 둘 다 거짓말로 버티지만 그 거짓말의 이유는 완전히 다릅니다.
빌리는 경찰이라는 진짜 신분을 인정받으려고 목숨을 걸고 조직 안에서 버팁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를 경찰이라고 증명해줄 사람은 줄어들고, 나중엔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흔들리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반대로 설리번은 남들이 부러워할 직업과 집, 사랑하는 사람까지 손에 넣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빌리보다 훨씬 성공한 인생인데, 그 모든 게 거짓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꾸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얼굴과 남들에게 보여주는 얼굴이 완전히 달라진다면, 어느 쪽이 그 사람의 인생일까요. 빌리는 가진 게 없어도 진짜 자기 자신이 흔들리고, 설리번은 다 가졌는데도 진짜 자기 자신이 텅 비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불행한지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눈치챈 뒤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를 조직 안에서 찾아내야 하는데, 알고 보면 상대는 정반대 방향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악의 세계에 들어가 선을 지키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선의 세계에 들어가 악을 숨깁니다. 그래서 저는 디파티드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누가 경찰이고 누가 범죄자인지 가리는 영화라기보다, 자신이 속한 곳과 진짜 자기 모습이 갈라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으니까요.
허무했던 결말
재미는 확실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이 아직도 마음에 걸립니다. 저는 원래 어느 정도는 권선징악이 이루어지는 결말을 좋아합니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은 그만큼 대가를 치르고, 끝까지 고생한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돌아가길 바라니까요. 그런데 디파티드는 제가 기대한 그 만족감을 거의 주지 않았습니다.
특히 빌리가 모든 걸 끝내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순간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정말 허무했습니다. 그 긴 시간을 목숨 걸고 버텼고 이제야 자기 삶을 되찾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영화는 그에게 어떤 보상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마지막엔 설리번도 디그넘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악한 사람이 아무 대가 없이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니, 제가 좋아하는 권선징악의 일부는 이루어진 셈입니다. 그런데도 속이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악인이 벌을 받았다는 만족감보다 결말의 허무함이 훨씬 컸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그 불편함이야말로 디파티드다운 결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에서도 좋은 사람이 고생한 만큼 꼭 보상받는 건 아니고,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다고 벌어진 일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작품이 말하려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결말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는 여전히 빌리에게 조금은 다른 마지막이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고생한 사람이 끝내 웃지 못하는 이야기를 보고 나면, 저는 괜히 제 일처럼 억울해져서 한참 화면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재미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제게 강하게 남았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좋아하는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은 확실했고, 마지막까지 누구의 정체가 먼저 드러날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봐도 재미있는 범죄 스릴러지만, 다시 봐도 저는 아마 빌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똑같이 허무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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