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줄거리

오랜만에 모인 일곱 명의 친구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합니다.

집들이 겸 마련된 자리에서 한 사람이 장난스러운 제안을 던집니다.

저녁을 먹는 동안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까지 휴대폰으로 오는 모든 내용을 함께 공개하자는 게임입니다.

다들 웃으며 흔쾌히 동의합니다. 자신에게는 숨길 것이 없다고 자신하면서 말입니다.

휴대폰들이 테이블 위에 하나둘 올라옵니다.

처음에는 장난스러운 문자와 별것 아닌 전화들이 오가며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전화 한 통, 메시지 하나가 도착할 때마다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부부 사이의 거짓말부터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이 하나둘 드러납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라면 과연 이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곤란한 내용이 반드시 엄청난 비밀일 필요도 없습니다.

친구와 나눈 사소한 뒷이야기나 검색 기록, 혼자만 알고 싶은 고민처럼 누구에게나 공개하고 싶지 않은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게임이 더욱 현실적으로 무섭게 느껴집니다.

즐겁게 저녁 한 끼를 먹자고 모인 자리는 어느새 서로가 가장 감추고 싶었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로 변해버립니다.

결국 이 영화의 공포는 휴대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 정말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휴대폰을 보여줄 수 있나요

《완벽한 타인》의 설정은 아주 단순합니다.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오는 연락을 모두 공개한다.

그것뿐인데 관계 하나가 무너지는 데에는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합니다.

누구의 휴대폰이 울리는지,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화면에 어떤 메시지가 뜨는지만으로 식탁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집니다.

저는 이것이 이 영화가 지금 다시 봐도 흥미로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에는 사진과 메시지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관계부터 돈, 일, 취향, 고민까지 한 사람의 일상 대부분이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가 만들어진 2018년보다 스마트폰에 더 많은 것을 맡기고 살아가는 지금, 이 게임은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비밀이 있다는 것은 곧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생각과 감정까지 공유해야 하는 것인지, 부부나 친구 사이에도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개인의 영역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수현을 보고 있으면 겉으로 보이는 부부의 모습과 그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도 드러납니다.

식탁 위에서 다른 사람의 비밀이 하나씩 터지는 동안 수현 역시 자신이 살아온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완벽한 타인》을 단순한 폭로극으로만 보기에는 아쉽습니다.

누가 더 큰 비밀을 숨기고 있었는지를 구경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가까운 사이에서는 어디까지 서로에게 보여줘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휴대폰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생기는 걸까요.

휴대폰이라는 작은 물건 하나가 생각보다 꽤 복잡한 질문을 던집니다.


모든 진실을 알아야 할까

《완벽한 타인》의 마지막은 앞에서 벌어진 일을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휴대폰 공개 게임을 선택했을 때 벌어질 수 있었던 파국을 보여준 뒤, 영화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만약 그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은 서로의 비밀을 모른 채 평소와 같은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것일까요.

모든 진실을 알고 관계가 무너지는 것과, 서로에게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관계를 유지하는 것.

영화는 어느 쪽이 옳다고 명확하게 답하지 않습니다.

처음 볼 때는 저 사람이 저런 비밀을 숨기고 있었네라는 사실에 시선이 갑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다른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비밀을 반드시 알아야 할까요.

솔직함은 분명 관계에서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생각과 행동을 100% 공개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누구에게나 혼자 간직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침묵이 거짓말인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제목인 완벽한 타인도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가장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사실은 내가 모르는 삶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친구도, 함께 살아온 부부도 서로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관계란 상대를 완벽하게 아는 관계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까지 받아들이는 관계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라면 영화 속 게임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숨겨야 할 엄청난 비밀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휴대폰까지 전부 공개해야만 서로를 믿는 관계라면 그것도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완벽한 타인》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휴대폰 속 비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모두 알고 있다고 믿었던 우리의 확신이 깨지는 순간.

저에게는 그 질문이 영화 속에서 밝혀지는 어떤 비밀보다 오래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