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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아서 플렉은 광대 분장을 하고 거리에서 일하는 남자입니다.

그는 감정과 무관하게 발작적으로 웃음이 터지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상담을 받으며 약을 처방받지만,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늙은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웃음도, 그의 존재도 진지하게 봐주지 않습니다.

고담시는 쓰레기 파업으로 거리마다 쥐가 들끓고, 빈부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서는 그 도시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그는 자신을 조롱하던 세 남자를 총으로 쏘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서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복지 예산 삭감으로 상담과 약 처방이 끊기고,

그가 믿고 있던 관계와 진실들이 하나씩 거짓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균열의 끝에서, 아서는 서서히 조커가 되어갑니다.

한때 자신을 인정해줬다고 믿었던 사람들조차, 알고 보니 그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아서가 그동안 붙잡고 있던 희망들이 하나씩 무너질 때마다, 그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기괴하게 변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시 전체가 들끓기 시작합니다.

그가 광대 분장을 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이 마지막 장면은, 이제 영화사에 남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그가 웃는 이유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자꾸 걸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결말부, 아캄 정신병원 상담실 장면입니다.

아서가 그동안 들려준 이야기 전체가 어쩌면 그의 진술이 아니라 망상이었을 수 있다는 암시가 짧게 스치듯 지나갑니다.

저는 이 열린 결말이야말로 조커가 단순한 빌런 오리진 영화에 머물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며 마틴 스코세이지의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을 여러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아서가 짝사랑하는 이웃 소피의 존재는, 택시 드라이버 속 트래비스가 혼자 만들어낸 관계와 묘하게 겹칩니다.

다만 스코세이지의 두 작품이 어디까지나 한 개인의 고립에 집중했다면, 조커는 여기에 복지 시스템 붕괴라는 사회적 배경을 더 선명하게 얹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차이가 오히려 이 영화를 더 무섭게 만든다고 봅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이 역할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그 얼굴은 연기라기보다 거의 신체 자체가 감정을 배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계단을 내려오며 춤을 추는 장면이 흔히 이 영화의 해방으로 해석되곤 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 순간이 아서가 완전히 현실 감각을 놓아버린 지점이라고 읽었습니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라는 이 이중성이,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죄일까

조커는 201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습니다.

R등급 영화 최초로 전 세계 흥행 수익 10억 달러를 넘어서며,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지금 다시 봐도 섬뜩한 이유는, 아서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방치되고, 가난이 조롱거리가 되고, 사람들의 관심은 자극적인 사건에만 쏠립니다.

이런 풍경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낯설지 않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진짜 무서운 지점이 아서 개인의 광기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무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담사도, 방송인도, 이웃도 그를 악의적으로 괴롭히기보다는 그저 무심하게 지나쳤을 뿐인데, 그 무심함이 쌓여 한 사람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는 점이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정말 아서 같은 사람을 한 번도 방치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라면, 지하철에서 마주친 낯선 얼굴에게 조금 더 다정할 수 있었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오늘 하루 지나쳤던 누군가의 얼굴이 문득 다시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조커는

제 몫을 다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