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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인플루언서 부부 경희와 재홍은 SNS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완벽한 가정을 보여주며 살아갑니다.

단칸방에서 시작해 고급 주택까지 손에 넣은 성공 스토리도 부러움을 사지만, 옆집에 사는 의사 부부 수정과 보성의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두 사람은 이미 진흙탕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흔한 불륜극처럼 보입니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증거를 쫓던 일이 예상치 못한 핏자국과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불륜을 캐던 일이 더 큰 사건의 실마리가 되고, 두 부부가 감추고 있던 비밀까지 하나둘 튀어나옵니다.

제목 그대로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불륜이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제가 재미있었던 건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사건의 크기는 점점 커지는데 이상하게 드라마의 분위기는 마냥 무거워지지 않습니다. 서로를 속이고 의심하면서도 능청스럽게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인물들을 보다 보면 긴장하다가도 웃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드라마에서 불륜이 사건의 중심이라기보다 네 사람이 애써 감춰온 삶을 열어버리는 문처럼 느껴졌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한 부부인 경희와 재홍, 이미 관계가 깨져 이혼 중인 수정과 보성. 처음에는 어느 쪽의 결혼이 더 불행한지 뻔해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그 판단이 흔들립니다.

겉으로 멀쩡한 관계와 이미 깨졌다고 인정한 관계 중 어느 쪽이 더 망가진 관계일까.

저는 이 질문이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측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쫄깃함의 비결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무거운 소재를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살인자ㅇ난감》과 《타인은 지옥이다》를 연출한 이창희 감독의 작품답게 서늘한 장면이 이어지다가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블랙코미디가 끼어듭니다.

보통 살인사건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급격하게 심각해지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인물들이 자기 비밀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 때문에 상황이 더 꼬입니다.

저는 바로 이 부분이 제목과도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불륜 하나만 해결하면 될 것 같았는데, 덮으려고 할수록 더 큰 문제가 튀어나옵니다.

김혜수와 조여정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큽니다. 두 사람이 같은 화면에 있을 때는 큰소리를 내지 않아도 묘하게 팽팽합니다.

특히 저는 김혜수가 입고 나오는 의상들이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플루언서인 경희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한 사람이고, 매회 등장하는 과시적인 옷과 스타일링 역시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포장하고 전시하는 경희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희가 화려하게 꾸밀수록 오히려 그 안에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반면 조여정이 연기하는 수정은 우아한 겉모습 아래 불안과 집착을 조금씩 드러냅니다. 김지훈 역시 처음 보이는 모습만으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인물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 드라마에서는 누가 착한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보다, 누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를 보는 재미가 더 큽니다.


지금 봐야 하는 이유

저는 이 작품을 한꺼번에 정주행 하는 것보다 매주 기다리면서 보는 재미가 꽤 큰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한 회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추측하게 되는데, 막상 다음 회를 보면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범인이 궁금해서만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남의 불륜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처럼 시작했지만 보다 보면 사람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거짓말할 수 있을까라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갑니다.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하고, 결국 처음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선택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목인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도 처음 볼 때와 몇 회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눈길을 끌기 위해 지은 재미있는 제목처럼 보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네 사람에게 정말 불륜보다 훨씬 큰 문제가 생겨버렸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사건은 점점 심각해지는데 그 안에 블랙코미디가 섞여 있어 무겁게만 흘러가지 않는 것도 제 취향에는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 완벽한 가정을 보여주며 살던 사람들의 삶이 하나씩 벗겨지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SNS에서는 행복한 부부이고, 번듯한 집에 살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어도 우리가 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닙니다.

어쩌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무서운 비밀은 살인사건 자체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삶과 실제 삶 사이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음 회에서 사건의 진실만큼이나 이 네 사람이 마지막에는 서로를 어떤 얼굴로 바라보게 될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