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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워페어의 배경은 2006년 이라크 라마디입니다.

미국 네이비 씰 알파 원 소대는 야간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현지의 2층 주택을 점거하고 관측 초소로 사용합니다.

통신병 레이 멘도자는 공중 지원팀과 교신하고 저격수들은 창밖의 움직임을 감시합니다.

처음에는 모든 상황이 통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공격이 시작되고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적을 감시하던 임무는 어느 순간 중상을 입은 동료들을 데리고 살아서 빠져나가는 일로 바뀝니다.

영화는 2006년 라마디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과 당시 대원들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립된 부대의 생존을 그린 익숙한 전쟁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워페어는 인물들의 과거를 길게 설명하며 감정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나 전쟁터에 오게 된 개인적인 사연을 먼저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관객은 이들을 충분히 알기도 전에 전투 속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오히려 이 방식이 이 영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전장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순간에는 누가 주인공인지가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 전까지 명령을 내리던 사람도 순식간에 부상자가 될 수 있고, 살아남은 사람은 생각할 틈도 없이 다음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워페어에서는 한 명의 영웅을 찾기보다 공포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남으려 하는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실제 전투에 참여했던 레이 멘도자가 직접 각본과 연출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합니다.

이것은 누군가가 상상한 전투라기보다 그날을 경험한 사람들이 기억을 모아 다시 맞춰본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각색 없는 전장

많은 전쟁영화에는 관객이 기다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압도적인 전투 장면이 등장하거나 위기에 몰린 주인공이 극적으로 반격하고, 누군가의 희생으로 동료를 구해내기도 합니다.

전쟁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관객에게 영화적인 쾌감을 주는 순간들입니다.

하지만 워페어가 보여주려는 전장은 조금 다릅니다.

전쟁을 멋있게 보여주기보다 그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감각을 전달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영화가 지나치게 아름답고 장엄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전쟁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일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워페어의 전장은 총성이 들리는 방향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부상자의 비명이 이어지며, 무전으로 전달되는 짧은 정보에 의존해 생사를 결정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사실만큼이나 기억입니다.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도 그날을 똑같이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바라본 방향과 맡은 임무가 다르고 극도의 공포 속에서는 기억 자체가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당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엘리엇 밀러 역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잃었고, 멘도자는 여러 대원의 기억을 모아 당시 상황을 복원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워페어는 단순한 실화 재현과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전쟁영화의 사실성을 총기나 군복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했느냐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이 어떤 모습으로 남았는가입니다.

총소리와 폭발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 것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날의 몇 분을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전쟁의 완벽한 기록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결국 특정 대원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고, 무엇을 보여주고 어디에 카메라를 둘 것인지에는 창작자의 선택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워페어는 전쟁의 완벽한 진실이라기보다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기억하는 전쟁으로 바라볼 때 더 흥미롭습니다.


기억으로 복원한 전쟁

워페어를 알렉스 가랜드의 전작 시빌 워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시빌 워가 가상의 미국 내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갔다면, 워페어는 실제 전투가 벌어진 좁은 공간 안으로 들어갑니다.

같은 전쟁을 다루면서도 바라보는 거리가 전혀 다릅니다.

특정 인물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 방식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실제 전쟁에서 카메라가 한 사람만 따라다닐 리 없듯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활약보다 소대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있습니다.

누가 영웅이 되는가보다 누가 옆 사람을 놓치지 않고 살아서 나갈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워페어를 흔히 떠올리는 전쟁 액션과 다르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실제 참전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기억은 기록처럼 완벽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같은 순간을 다르게 기억하고, 누군가는 너무 끔찍했던 순간을 아예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빈자리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으로 채워 다시 하나의 시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워페어는 단순히 전투를 재현한 영화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화려한 전투를 보여주는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전쟁터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 짧은 시간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

전투는 끝났지만 그날의 기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워페어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쟁을 보여주는 영화라기보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시간을 다시 꺼내 보여주는 영화.

그렇게 바라보면 워페어의 전장은 과거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