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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뉴욕 다이아몬드 지구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하워드는 늘 위태롭습니다.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도박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그는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어느 날 하워드는 에티오피아에서 들여온 희귀한 흑오팔 원석을 손에 넣습니다. 이 원석만 높은 가격에 팔면 지금까지 쌓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던 중 NBA 스타 케빈 가넷이 보석상을 방문하고 흑오팔에 강하게 매료됩니다. 하워드는 그의 챔피언십 반지를 담보로 원석을 빌려주지만, 그 반지마저 전당포에 맡겨 돈을 마련한 뒤 다시 도박에 뛰어듭니다.

여기서부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원석을 돌려받는 일도 뜻대로 되지 않고 빚쟁이들의 압박은 거세집니다. 무너져가는 아내와의 관계와 내연녀 문제까지 뒤엉키면서 하워드의 일상은 점점 아수라장이 됩니다.

그런데도 하워드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에게 실패는 그만두어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다음 판에서 더 크게 이겨야 한다는 이유가 됩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내린 선택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더 위험한 선택을 합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하워드가 얼마나 많은 돈을 따느냐보다 다른 게 궁금해집니다.

과연 이 남자는 스스로 멈출 수 있기는 한 걸까요.


멈추지 못하는 남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몸이 축 처지는 듯한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저는 이게 이 영화가 의도한 정확한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인물들의 대사는 끊임없이 겹치고 전화는 울리고, 사람들은 동시에 하워드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카메라마저 그에게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 연출이 단순히 정신없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객을 하워드의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까지 그의 조급함과 불안을 함께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덤 샌들러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가 이 작품에서는 초조함과 집착으로 바뀝니다. 하워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계속하는데도 이상하게 다음에는 정말 성공할 것 같은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단순히 도박 중독에 관한 이야기로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워드는 돈이 없어서 도박을 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 순간 자체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이겼을 때조차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할 순간에도 하워드는 다음 판을 생각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 불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역시 살면서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무언가를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을까.

돈일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고, 이미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케빈 가넷이 흑오팔에 강하게 매료되는 설정도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하워드만 무언가에 홀린 사람이 아닙니다.

누구든 자신이 믿고 싶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 비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흑오팔이 단순한 보석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을 비추는 물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 한 번만 더

《언컷 젬스》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건 하워드가 실패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실패가 반복되면 사람은 방법을 바꾸거나 포기합니다.

그런데 하워드는 정반대입니다.

잃은 것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더 큰 승부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미 잃은 것을 되찾으려면 이제 작은 성공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워드에게 다음 판은 단순한 도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음 한 번만 성공하면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선택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었다고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저는 하워드가 왜 그토록 멈추지 못하는지가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멈춘다는 것은 단순히 도박을 그만두는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잃어버린 것들을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한 번 더 승부하는 것이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쉬웠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관객의 마음도 이상해집니다.

분명 하워드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제발 이제 그만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마지막 승부가 시작되면 어느 순간 그가 이기기를 바라게 됩니다.

저는 이게 《언컷 젬스》가 영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두 시간 가까이 하워드의 무모함을 지켜봤으면서도 마지막에는 잠시 그의 믿음에 같이 올라탑니다.

이번 한 번만 성공하면 정말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의 긴장감이 더 강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하워드만의 이야기가 아닌 질문이 남습니다.

살면서 여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그만둬라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돈, 감정을 쏟아부은 적은 없었을까.

저는 《언컷 젬스》를 보고 난 뒤에도 하워드가 왜 마지막까지 멈추지 못했는지를 계속 생각하게 됐습니다.

욕심이 많아서였을까, 도박에 중독됐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멈추는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실패를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이 영화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답을 하워드에게서만 찾을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이번 한 번만 더**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얼마나 자주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