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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뉴욕 다이아몬드 지구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하워드는 늘 위태롭습니다.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있고, 도박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멈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어느 날 하워드는 에티오피아에서 들여온 희귀한 흑오팔 원석을 손에 넣습니다. 그는 이 원석을 높은 가격에 팔기만 하면 지금까지 쌓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던 중 보스턴 셀틱스의 NBA 스타 케빈 가넷이 그의 보석상을 방문합니다. 원석에 강하게 매료된 가넷은 경기를 앞두고 잠시 빌려달라고 부탁하고, 하워드는 그의 챔피언십 반지를 담보로 원석을 내줍니다.

하지만 하워드는 그 반지를 얌전히 보관하지 않습니다. 곧바로 전당포에 맡겨 돈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또다시 도박에

뛰어듭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원석을 돌려받는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고, 빚쟁이들의 압박은 점점

거세집니다. 아내와의 관계는 이미 무너져가고 있고, 내연녀와의 관계까지 뒤엉키면서 하워드의 일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그런데도 하워드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에게 실패는 그만두어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다음 판에서 더 크게 이겨야 한다는 이유가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그는 단 한 번의 큰 승부만 성공하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화벨은 쉴 새 없이 울리고, 빚쟁이들은 매장 안까지 들이닥칩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린 선택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다시 더 위험한 선택을 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하워드가 얼마나 많은 돈을 따느냐보다, 과연 이 남자가 스스로 멈출 수 있기는 한 것인지가 더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하워드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번 판이 자신의 모든 것을 되돌려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멈추지 못하는 남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몸이 축 처지는 듯한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저는 이게 이 영화가 의도한 정확한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사프디 형제는 이전 작품 굿 타임에서도 벼랑 끝에 몰린 남자가 상황을 수습하려 할수록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언컷 젬스가 그 구조를 더욱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인물들의 대사는 끊임없이 겹치고, 전화는 울리고, 사람들은 동시에 하워드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카메라마저 그에게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 연출이 단순히 정신없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객을 하워드의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까지 그의 조급함과 불안을 함께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덤 샌들러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가 이 작품에서는 초조함과 집착으로 바뀝니다. 하워드는 분명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반복하는 인물인데도, 이상하게 다음에는 정말 성공할 것 같은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저는 이 영화를 단순히 도박 중독에 관한 이야기로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워드는 돈이 없어서 도박을 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 순간 자체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이겼을 때조차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할 순간에도 하워드는 다음 판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를 보면서 조금 불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역시 살면서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무언가를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돈일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나 이미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케빈 가넷이 실제 자신의 모습으로 등장해 흑오팔에 강하게 매료되는 설정도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하워드만 무언가에 홀린 사람이 아닙니다. 누구든 자신이 믿고 싶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 비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흑오팔이 단순한 보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느꼈습니다.


총평

언컷 젬스는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애덤 샌들러의 연기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당시에도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주요 시상식에서는 상당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애덤 샌들러는 이 작품으로 2020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사프디 형제는 감독상, 로널드 브론스타인과 베니 사프디는 편집상을 수상했습니다. 언컷 젬스가

이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셈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평가를 알고 영화를 다시 보면 애덤 샌들러의 연기가 더욱 눈에 들어옵니다.

하워드는 관객이 쉽게 좋아할 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계속 거짓말하고, 무모한 선택을 반복하고,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듭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의 마지막 승부를 지켜보게 됩니다.

저는 바로 이 모순된 감정이 언컷 젬스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저러지?'라고 답답해하면서도 어느 순간 우리 역시 하워드가 이번만큼은 성공하기를 바라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결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긴장감을 거의 풀어주지 않고, 결말

역시 관객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친절하게 정리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잘 만들어진 범죄 영화를 구경한다기보다, 한 인간이 자신의 욕망 때문에 어디까지 달려갈 수 있는지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OTT 제공 여부는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실제 감상 시점에는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숨 막히는 긴장감을 좋아하거나, 코미디 배우로 익숙했던 애덤 샌들러의 완전히 다른 얼굴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하워드가 왜 마지막까지 멈추지 못했는지를 계속 생각하게 됐습니다.

욕심이 많아서였을까, 도박에 중독됐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멈추는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실패를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언컷 젬스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답을 하워드에게서만 찾을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이번 한 번만 더'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얼마나 자주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